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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이야기] 3D프린터 등 첨단기술이 가져오는 제조업 변화

2018.03.08


“일본 도쿄에서 미 샌프란시스코까지 5시간 30분만에 주파 가능합니다

1 6일 미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솔리드웍스월드2018'을 취재했다. 이 행사는 다쏘시스템이 1997년 인수한 미국의 3D CAD 대표 브랜드 솔리드웍스의 연례 컨퍼런스로 매년 6000명이 넘는 설계 및 디자이너, 제조 관계자가 모인다. 3D 프린팅과 3D 기술이 쓰이는 제조, 의료기기, 로봇, 가전제품, 섬유, 신 재생에너지까지 다양한 산업의 최신 사례를 공유한다.

 

3D 소프트웨어와 가상현실(VR)로 만드는 슈퍼소닉 비행기

 

솔리드웍스월드 기조연설 무대에는 항공우주 스타트업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붐 수퍼소닉은 현재 11~12시간 걸리는 태평양 노선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슈퍼소닉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붐 슈퍼소닉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 : 붐 수퍼소닉)>

 

기조연설에 나선 마이크 저거만(Mike Jagemann) 붐 슈퍼소닉 XB-1 제작 담당은 "마하2.5 속도로 6만피트 상공을 비행하는 초음속 항공기를 제작하고 있다. 가격도 현재 비즈니스석 요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석 요금만으로 태평양 너머를 동남아 가듯 건너갈 수 있는 비행기가 나온다면 여행 산업뿐 아니라 비즈니스 각계에서 큰 혁신이 가능하다.

 

저거만 담당은예전에 콩코드 비행기가 있었다. 콩코드 여객기는 60년대 엔진 기술로 구현한 제트기였다. 21세기 기술로 구현한 제트기는 어떨까 하고 시작한 게 붐 수퍼소닉이다. 스타트업에서도 여러 개발 도구를 이용해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할 수 있다. 비행기 전체 설계를 3D 소프트웨어로 만들었고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조립 툴로 분석한다고 제작 방식을 설명했다.

 

지금 항공우주 산업, 그리고 제조업은 혁신의 목전에 놓여 있다. 스페이스X는 나사를 뛰어넘어서 항공우주의 대표 브랜드가 되고 있다.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란 인식이 강했는데 이제는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붐 슈퍼소닉은 보잉, 에어버스 등 미국과 유럽의 거대 기업이 하는 비즈니스란 인식이 있던 항공기, 그것도 슈퍼제트기를 스타트업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붐 슈퍼소닉이 철저하게 '21세기 제조업'을 통해 목표(마하 2.5 속도로 6만피트 상공을 비행)에 도달하려 한다는 점이다.



<도쿄와 샌프란시스코를 5시간30분내 주파한다는 목표를 세운 붐 수퍼소닉>

 

21세기형 제조업은 제품 구상부터 설계까지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내고 이를 로봇이나 3D프린터로 만들어낸다. 또 소프트웨어와 로봇, 제조 공정이 완벽하게 일체화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머신러닝, 딥러닝)을 내장해 불필요한 공정을 제거하고 불량을 사전 예측할 수 있으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해 사전 렌더링이나 유지보수도 할 수 있다.

 

붐 슈퍼소닉은 이 같은 기술을 이용, 과거보다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정교한 방식으로 '제트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공장 핵심개념디지털 트윈’···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제품 테스트 및 수정

 

붐 슈퍼소닉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트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트윈' 기술 덕분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디지털로 만든 실제 제품의 가상 쌍둥이가 사이버에서 작동하고 충돌도 하면서 미리 컴퓨터 안에서 겪어보게 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컴퓨터 안에서 제품을 설계하는 것과 실물이 똑같다는 의미로, 컴퓨터로 테스트하고, 다시 컴퓨터로 수정하면서 제품 완성도를 높인다. 이를 과거엔 '가상화'라고 했으나 최근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부른다.

 

이 기술은 가트너가 올해 10대 기술 동향을 발표하며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향후 3~5년 동안 가장 유망한 기술 중 하나라고 전망했을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잘 설계된 디지털 트윈은 기업의 자산으로서 제조 생산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은 제조업, 특히 스마트 공장의 핵심 개념으로 꼽힌다. 현실의 물리적 공장과 가상의 공장을 연결해 장비나 시스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변동 사항이나 유지보수 시기 등을 알려줘서 공장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돌입 전 단계에서 돌발 상황을 포함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가상의 공장에서 검증할 수 있다.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정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교체시기를 알려주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속 시뮬레이션을 그대로 로봇으로 구현하고 있는 모습 (사진/손재권 특파원)>

 

산업혁명 넘어 '산업 르네상스'··· 제조업이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

 

이처럼 디지털 트윈으로 대표되는 사이버-물리공간 일체화 현상은 수많은 제조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솔리드웍스의 모회사 다쏘시스템의 버나드 샬레 회장은 이를 두고 "디지털 혁명은 앞으로 수많은 창조자(Makers)와 혁신가(Innovator)를 만들어 낼 것이다. 혁명 이후에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가 왔듯, 이제 산업 르네상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르네상스'란 인간 중심의 제조 기술 혁신이 넓고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산업혁명'이 시대가 바뀌는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면, '산업 르네상스'는 인간이 산업혁명의 혜택을 봐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살레 회장은최고의 혁신은 인간에서 나온다. 르네상스가 가능했던 것은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쇄 기술의 확산으로 많은 지식이 확산됐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험이 나왔다. 지금 3D프린터(인쇄) 기술로 인해 제조 지식이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제조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언은 전통 제조업의 영역이 변하고 있음을 뜻한다.

 

샬레 회장의 선언은 전통 제조업 영역이 이미 무너졌음을 뜻한다. 기존 엔지니어링은 철강, 플라스틱 등 재료를 바탕으로 진화했으나 최근 신기술과 신소재의 등장으로 기존 제조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는 신소재로 만드는 3D프린터의 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21세기도 초반을 지나가면서 제조업이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조) 지식의 접근성을 가지고 이를 통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산업 르네상스다.



<솔리드웍스월드2018 기조연설 장면 (사진/손재권 특파원)>

 

원하는 디자인대로 주문하고 배달 받는제조업 아마존’··· 3D 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는 5가지 주요 솔루션과 플랫폼을 소개했는데 가장 주목 받은 것은 '3D 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였다.

 

'3차원 제조 장터'는 원하는 부품의 디자인을 찾아 주문하고 배달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곳을 통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으로 구현해줄 부품업체, 제조업체를 찾을 수 있다. 또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한 제조전문가로부터 재료나 디자인을 추천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이 국경 제한 없이 이뤄진다. 한국 사용자가 올린 설계 디자인을 다른 국가 제조업체에서 만들어 바로 배송지에 보낼 수도 있게 된다.

 

현존하는 기술로도 디자인에서 제조까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결과물을 서로 공유할 수는 없었다. 3차원 제조 경험장터는 이를 가능하게 하고 '제조업'을 서비스로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50개의 디지털 제조사와 600명의 공급자가 제공하는 500개 이상의 기계, 3000만 개 이상의 부품 소스가 등록됐다고 한다.

 

지앙 파올로 바씨(Gian Paolo Bassi) 솔리드웍스 CEO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모든 것을 팔고 있다. 이제 프라임 서비스나 음식 배달까지 추가 수익 모델도 만들고 소비자들이 아주 쉽게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게 제조업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이 서비스(3D 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3D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터가 빠르게 보급된 상황에서 이제 '장터(마켓플레이스)'로 제조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바씨 CEO "아마존은 소비자가 구매할 때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제안해준다. 우리도 마켓플레이스에서 (제품)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들에게 이런 수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업(공장)과 판매자를 연결하고 전 세계적인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플랫폼화'가 가능하게 됐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솔리드웍스는 이와 함께 3차원 제조경험을 나누는 '소셜 협업 서비스(EXPERIENCE Social collaboration services)', '제조물 관리 서비스3DEXPERIENCE PLM serices)' '제조 디자이너(Product Designer)' 등도 함께 발표했다. 이는 3D프린터를 대표하는 신제조업이 페이스북, 구글 드라이브처럼 '웹서비스'화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조업은 거대한 변화의 목전에 있으며 선발 기업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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