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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이야기] 눈부신 모빌리티 혁신을 보여준 CES2018

2018.02.06



1 9일부터 12일까지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8이 성대하게 끝났다. 4일간 150개국 4000여 기업, 19만명이 참가해 '사상 최고' CES 이벤트 기록을 경신했다. CES2018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알리는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과 결합해 신산업을 창출할 것임을 알렸다.

 

역대 CES '소비자 가전 쇼' 였다. 3~4년전부터 드론, 3D프린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이 등장했지만 '컨슈머' 기술의 혁신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기자는 올해 7번째로 CES를 취재했는데, 올해는 컨슈머 가전, ICT 분야보다 자동차, 모빌리티 영역에서 과거 1년 간 눈부신 혁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CES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컨슈머 기술과 다른 길을 걷던 자동차, 모빌리티 산업이 기술을 만나 쇼의 주인공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비자 가전 쇼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도요타

포드, 도요타, 닛산, 현대차 등 완성차 회사 모두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기술을 접목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이번 CES2018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된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전통 가전업체가 아니라, ‘도요타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CES2018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도요타는 회사의 방향을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및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도요타의 창업주 3세인 아키오 사장이 직접 무대에 나와 솔직하게 미래 비전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창업 3대째가 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셨을 텐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도요타를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마을을 가로질러, 또는 방을 가로질러 고객을 이동시키고 연결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차세대 자율주행 콘셉트카 'e-팔레트'를 선보였다. e-팔레트는 모듈 방식의 컨셉트 박스카로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자 공간그 자체다. 예를 들어 이동하는 사무실이 될 수도 있고 병원이 될 수도 있으며 음식점, 상점, 편의점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 도요타는 CES2018에서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동이 가능한 공간서비스'라는 점을 천명했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아마존, 우버, 피자헛, 디디추싱 등의 업체와 사업을 추진하고,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일부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0년 전후로 미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 이를 활용한 서비스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많은 완성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부품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슈퍼 세단에서 먼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요타처럼 가격 탄력성이 낮은 엔터프라이즈(B2B) 시장에 먼저 진입한다면 수익을 창출하면서 미래 비즈니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CES2018 개막 기조연설을 하는 짐 해킷 포드 CEO> 


자율주행 등 신규서비스 개발 부문 사장을 CEO로 앉힌 포드

그동안 모빌리티 리더가 되기 위해 보여준 포드(Ford)의 노력은 눈물겨운 수준이었다. 포드는 2017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 10억 달러에 인수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셔틀버스 업체 체리어트도 인수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선 자전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아, 포드는 2017 5월 자율주행 및 신규 서비스 개발 부문을 이끌던 짐 해킷 포드스마트모빌리티사장을 포드 CEO로 전격 선임했다.

 

짐 해킷을 새 CEO로 선임한 포드는 CES2018의 전체 개막 기조연설을 자청하고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가 회사의 미래 비전임을 소개했다. 짐 해킷 CEO는 기조연설에서 "앞으로는 똑똑한 기반 시설과 공동 운송수단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며 포드가 추구하는 교통 모빌리티 클라우드는 차량을 관리하고 여러 유형의 교통·운전 패턴을 연결하는 미래 수단"이라고 말했다.

 

교통 모빌리티 클라우드(Transportation Mobility Cloud)는 포드가 개발하고 있는 통신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자율주해기술 기관과 협력해 개발하는 것으로, 자동차가 사고나 장애물로부터 멀리하거나 교통량이 많은 지역을 피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2019년까지 모든 포드 신모델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드는 이 기술을 통해 모빌리티 공급 업체로 변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관련 기술은 도시의 혼잡과 오염을 줄이고 시민 생활을 촉진함으로써 지금의 교통체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자동차 덕택에 도시가 스마트해지고 인간의 생활은 더 나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역할이 전통적인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는 방향으로 변화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도요타, 포드 외에 많은 완성차 회사들이 모빌리티를 미래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번 CES에서 그 비전이 보다 구체화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CES2018에서 전시된 도요타의 자율주행 차량>

 

자율주행의 평준화··· 60km/h 속도에선 운전자 개입 필요 없는 자율주행 기술도

모빌리티 비전이 가능해진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평준화된 덕이 크다. CES2018에서는 완성차, 부품, 플램폼 기업 모두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자체로는 더 이상 차별화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만큼 진화가 빠르고 경쟁 역시 심해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 칩은 슈퍼 컴퓨터와 비견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고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고가 센서는 치열한 원가절감 노력과 소형화를 통해 상용화로 가는 길목에 있음을 증명했다.

 

운전자와 자동차와의 인터페이스(UX)도 상당히 진화했으며 자율자동차에 쓰일 고해상도 지도 역시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매우 정교해졌다. 완성차 업체, 부품사, IT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1년만에 이 같은 발전을 만들어냈다.

 

올 가을에는 아우디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 A8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 A8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60Km/h 이하 속도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선 및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운전자는 운전대, 브레이크 및 페달 등을 전혀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GM도 고속도로에서 교통상황을 고려해 차량 간격과 속도를 자동 조정하는 슈퍼크루즈 시스템을 2018년에 상용화할 예정이며 도요타도 안전거리 확보 및 차선 유지 등의 기능을 가진 첨단고속운전지원시스템(AHDA) 2018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모든 차들에 현재 레벨 3~4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탑재할 예정이다. 법 규제가 풀리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안에 대형 디스플레이, 회전형 의자까지···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가져온 또다른 변화

자율주행 기술이 평준화되기 시작했다면 UX는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완성차, 부품사, IT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내놨다. 콕핏이란 자동차 운전석 및 조수석의 전방 영역을 통칭하는 것으로 자동차와 운전자(또는 승객)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다.

 

기존 차량의 콕핏은 계기판에 차량의 운행정보와 상태를 표시해 주거나 네비게이션을 통해 지도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단계가 높아질수록콕핏은 중요하다. 운전자와 교감이 이뤄져야 하고, 레벨4 이상에서 운전자가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면 실내는 뉴스, 영화, 쇼핑 등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대형 디스플레이 도입, 회전형 의자 등 디자인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물론 모빌리티에서도 한 단계 앞서 있는 벤츠는 올해에도 ‘UX’를 내세우면서 수준이 다름을 과시했다.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를 공개하고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MBUX는 벤츠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엔진을 적용한다. 2개의 10인치 디스플레이를 이은 디지털 클러스터(디지털 계기판)와 헤드 유닛, 운전대 제어 버튼, 터치 패드 등으로 구성됐다. 인공지능 음성인식으로 차량 내의 기능을 제어하거나,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사용자 분석과 학습을 통해서, 사용자 상황에 알맞게 필요한 장소나 기능도 추천할 수 있다.


<디지털 콕핏 개념도>

 

자동차는 20세기 이후 산업의 아이콘이었다. 컨베이어벨트 생산, 노동 분업화, 글로벌 공급사슬 구축, 아웃소싱, 노동 생산성, 노동조합, 브랜드, 마케팅 등 모든 파생 산업과 사회현상을 만들어 냈다. 대량생산, 그리고 판매량 극대화가 유일한 목표였던 자동차 산업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또 자동차 업계에선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주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CES2018에선 이 같은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도 다시 한 번 자동차’, ‘모빌리티영역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고편과 같은 CES2018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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