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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밴드 이야기, 관객의 마음을 뺏다!

2019.02.07

“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Queen)이 있다.” 70~80년대, 세계의 음악계에선 이런 말이 통했습니다. 20세기 최고, 아니 인류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무방한 퀸(Queen)은 팝의 고장 영국에서 전 세계적인 업적을 이룬 락 밴드입니다. 퀸의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오랜 시간 잠들었던 전 세계의 퀸 팬들을 다시 깨웠는데요. 국내에선 이례적으로 거의 3달간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관객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했을까요? 오늘은 모든 세대를 아우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밴드, (왼쪽부터 브라이언 메이(기타), 프레디 머큐리(보컬), 존 디콘(베이스), 로저 테일러(드러머)>

 

흥행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공식


13주간 스크린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13주간 관객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비결이 있습니다. 음악인의 전기를 다루는 것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되돌려 놓는수준으로 묘사했는데요. 반전영화의 대명사인 <유주얼 서스펙트><X>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는 이런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제작 단계부터 퀸의 멤버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와 가장 가까이 지내며 그를 가장 잘 아는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연출에 필요한 각종 아이템과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제스처 등을 아낌 없이 전달했습니다.



<퀸의 공식 로고. 참고로 이 로고는 디자인을 전공했던 프레디 머큐리가 멤버들의 별자리를 따서 직접 그린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현재 기준으로 멤버들이 엄청난 고학력자 출신이다. 로저 테일러는 치대생, 브라이언 메이는 천체물리학 박사(후에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총장이 된다.), 존 디콘은 전자공학(퀸을 위한 전용 음악 장비를 직접 제작할 정도)을 전공했다.>


이러한 멤버들의 제작 참여로 배우들과 장면 장면의 싱크로율은 100%를 넘어 정말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는데요. 프레디 머큐리의 전매특허인 뻐드렁니를 표현하기 위해 라미 말렉의 치아를 본떠 1년간 착용하기도 하고 브라이언 메이가 당시 입었던 무대 의상을 귈림 리에게 직접 입혔으며 심지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라이브에이드 공연 장면에서는 피아노 위의 맥주잔과 콜라 컵의 개수와 배치까지 똑같이 묘사했습니다.




<실제()와 영화(아래)속 디테일의 끝, 피아노 위의 맥주잔과 콜라 컵>


퀸의 대표곡이자 영화의 타이틀인 <Bohemian Rhapsody>의 탄생 과정 역시 실제와 거의 흡사하다고 합니다. 평소 곡을 만드는 데에 있어 천편일률적인 틀에 갇혀있는 것을 싫어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당시로서는 매우 긴 6분짜리 곡을 만드는데요. 곡 안에서 락과 오페라를 융합하자는 아이디어 역시 프레디 머큐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곡이 너무 길어 아무도 라디오에서 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방송국 관계자의 예상을 깨고 이 노래는 지금도 퀸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죠. 이런 프레디의 음악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제작과정에 모두 포함하여 더욱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영화 속 6분 길이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너무 길다는 제작사의 말에 반응하는 프레디 머큐리. 실제로 이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에 불어온 퀸 신드롬


사실 퀸의 내한은 지난 1984년에 성사될 뻔 했습니다. 그러니 당시 국내에선 음악에 대한 검열이 매우 강해 수많은 외국곡을 청취하기 힘들었죠. 따라서 퀸의 내한 역시 무산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내한하지 않은 세계적인 밴드의 전기를 다룬 영화가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무려 퀸의 나라영국을 앞질렀다. 1위인 일본의 경우 영화 티켓 가격이 매우 높아 적은 수의 관객으로도 그 매출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기현상에는 두 가지 근거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한국의 영화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영화관람료가 비교적 저렴해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데요. 극장에서 멀티플렉스 시장으로 바뀌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관객은 더 많아져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수준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한국 시장의 높은 수준으로 해외 영화사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여 향후 전 세계 흥행 여부를 테스트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다른 나라보다 이틀 먼저 한국에서 개봉했죠.

전 세계 최초 개봉으로 인한 수혜뿐만 아니라 엄청난 호평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재관람 문화라는 수혜까지 입으며 흥행 광풍을 일으킨 이 영화는 까다롭고 눈 높은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명작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실제로 <보헤미안 랩소디>n차관람한 관객이 굉장히 많다.>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큰 요인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내한공연을 오는 가수들에게 이른바 돈 내고 노래 부르러 간다는 떼창문화로 수많은 팝스타들을 매료시켰는데요. 진정한 흥의 민족이라고 할 만큼 한국 관객들은 유독 음악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큽니다. 이런 성향이 세계적인 밴드의 전기를 다룬 영화를 만났을 때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일 수 밖에 없겠죠.


음악인의 전기를 다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지금껏 수많은 영화들이 특정 음악인 혹은 밴드에 대한 전기를 다뤄왔습니다. <Get On Up><Control>, <Ray>, <Elvis>, 그리고 <I’m Not There>는 각각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과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락 밴드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 블루스의 거장 레이 찰스, 로큰롤의 대명사 엘비스 프레슬리, 그리고 포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밥 딜런의 전기를 다뤘습니다. 평단에서는 아주 좋은 호평을 받았지만 이 영화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물음표가 그려집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달성한 음악인 전기 영화는 현존하는 인간계 최고의 래퍼, 에미넴이 직접 출연한 <8 Mile>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음악인의 전기를 다룬 영화는 그 음악인을 얼만큼 똑같이 표현했느냐에 따라 그 음악인의 팬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비록 현존하는 배우 중 가장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섭외했다 하더라도 평소 그 음악인의 말버릇과 제스쳐, 무대에서의 포스, 때에 따라서는 창법까지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존의 실존 모델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될 수 없는 선입견 탓에 음악인의 전기를 다룬 영화는 좀처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힘들죠.



<일단 비주얼부터 이 영화는 주인공들을 거의 환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런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굉장히 기념비적인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제작 단계부터 주인공과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이 직접 참여하고 당시 공연 영상을 수도 없이 참고하여 똑같이 재연하는 것, 그리고 주연인 라미 말렉의 깊이 있는 배역 이해도까지.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인 전기 영화를 넘어 음악 영화 장르 흥행 기록을 세우며 뒤이어 나올 음악인 전기 영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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