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 개봉된 영화만 해도 약 1,000여 편! 이 중에서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영화는 몇 편인가요? 단순 관객 수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색다르고 독특한 기준으로 올해 개봉작을 평가해보겠습니다. 이 중에서 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있다면 주말에 VOD로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요? 연말특집 2018 어딘가 좀 특이한 영화 시상식, 지금 시작합니다!
이전에 없던 방식, 가장 독특한 영화상
목요일 저녁,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긴 채 사라진 딸 마고. 그녀의 아버지 데이빗은 딸의 컴퓨터를 뒤져가며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실종 당일 마고가 향하던 곳이 어딘지 알게 되면서 동시에 아버지가 몰랐던 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지금껏 알지 못한 딸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데이빗. 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리고 데이빗은 마고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 이미 ‘스타트렉’ 시리즈 출연으로 해외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에 개봉한 영화 <서치>는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했고 국내에 개봉한 외화 스릴러 장르 중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서치>의 흥행공식은 다른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요소였는데요. 뻔한 시나리오 속 끊임없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스토리와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구성했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만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연출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도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편리함을 상징하면서도 정 없고 각박한 현대의 삶을 비꼬았는데요. 이전 영화에서는 본 적 없는 신선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영화 연출 기법의 신기원을 경험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비운의 작품, 기대에 못 미친 영화상
<부산행>은 국내·외로 큰 호평을 받으며 “한국에서도 좀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큰 기대감을 충무로에 불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산행>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이 있었죠. 애니메이션 영화를 주로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데뷔작이었던 <부산행>이 흥행에 성공하자 연 감독은 다시 한 번 실사 영화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염력>이라는 영화로 말이죠.
<아마 올해 가장 제대로 망한 영화를 꼽자면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크게 망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이 410만 관객이었으나 채 100만 관객도 채우지 못한 채 쓸쓸히 스크린 뒤로 퇴장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흥행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 그리고 한국영화의 고질적 문제인 ‘신파’에 있었습니다. 애초에 용산참사를 다루는 스토리로 주목 받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 현장이 단지 ‘주인공이 능력을 발휘하는 무대’에 지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연상호 감독의 가장 큰 무기인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한국영화는 언제쯤 신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가족을 활용한, 아니 이용한 신파극 역시 수준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승-전-가족애 전개를 통한 전형적인 눈물을 유도하는 흐름에 한국 관객들은 이미 염증을 느끼고 있죠. 결국 <염력>은 한국 영화의 뻔한 행보를 답습하며 액션 히어로물도 아니고 사회 고발물도 아닌 어중간한 영화로 전락했습니다.
MSG ZERO! 순한 맛 영화상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도시의 삶을 멈추고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오랜만에 만납니다. 남들과는 다른 삶, 그리고 평범함으로의 일탈을 위해 시골로 내려온 세 친구는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 먹으며 특별한 사계절을 경험하는데요. 고향으로 내려온 지 1년이 되던 어느 겨울, 혜원은 자신이 고향으로 내려온 진정한 이유를 찾고 다시 다가오는 봄을 기다립니다.
<그 어떤 자극적인 연출이 없는, 말 그대로 ‘순한 맛’ 영화>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지난 2월 28일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긴박하고 과격한 다른 영화와는 달리 ‘순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힐링형 소확행 영화입니다. 오랜만에 개봉한 힐링 영화로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개봉 13일차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역주행의 조짐도 보이기도 했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나 선전했으며 평가도 좋은 영화였죠.
<소확행에 한 번, 김태리에 두 번, 그리고 친환경 먹방에 세 번 반하게 된다.>
<리틀 포레스트>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실제 우리 생활의 소비 트렌드에 맞게 때 맞춰 개봉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2018년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소확행’은 올 상반기부터 유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 유행이 이제 막 시작하려던 때에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하며 소확행 트렌드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죠. 영화 속에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음식을 해먹는 생활 속에서 관객들은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리틀 포레스트>와 ‘소확행’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감독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지는 저 세상 영화상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 히어로의 기준이 <어벤져스> 시리즈에 맞춰져 있는 지금, 마블의 또 다른 면에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소위 ‘골 때리는’ 히어로가 있습니다. 히어로지만 정의감과 책임감 따윈 없고 정신도 머나먼 우주에 두고 온 듯한, 진짜로 정신 없는 히어로의 후속작인 <데드풀 2>가 지난 5월 16일 개봉되었습니다. 이미 전편을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선사한 <데드풀> 시리즈는 속편을 통해 다시 한 번 똘끼 충만한 히어로로서의 입지를 두텁게 다졌습니다.
<일단 공식 스틸컷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주인공인 데드풀은 극 중 관객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 연출은 단순히 영화의 재미 요소를 위함이 아닙니다. 원작에 충실하다는 점, 그리고 출연자가 영화 내에서만 갇혀있지 않고 영화 밖으로 튀어나오는 ‘제 4의 벽’을 허무는 고도의 장치인 셈이죠. 제 4의 벽은 연극에서 객석을 향한 가상의 벽을 일컫는 말입니다. 기존의 연극, 나아가 문학 작품과 드라마, 영화 등은 제 4의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는데요. 하지만 데드풀은 원작 코믹스에서도, 그리고 영화에서도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지켜보는 만화책 구독자와 관객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겁니다. 영화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이런 데드풀의 성격은 아주 참신하고 신선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다시 한 번 흥행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번역가 황석희 씨의 손을 거쳐 탄생한 ‘초월 번역’이 그것이죠. 단순히 대사를 단순히 문법적으로만 번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극중 상황과 등장인물과의 관계, 현실세계, 거기에 한국의 정서와 감성까지 모두 녹여낸 이 초월번역은 번역가로서는 이례적으로 황석희 씨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어떤 필터링 없이, 심지어 비속어마저 모두 번역해버리며 고 퀄리티 B급 자막으로 ‘이젠 자막으로도 웃길 수 있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데요. 이는 청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요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