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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이야기] 아마존은 어떻게 비즈니스 공식을 바꾸고 있나

2017.10.12


"아마존의 맹공격에 굴복한 업체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토이저러스가 막대한 부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챕터11)을 신청하자 나온 미 현지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 1위 완구 유통 매장 '토이저러스'가 파산에 몰린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결국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소비자 습관이 꼽힌다. 아마존 파워에 토이저러스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아마존에 당했다 : 아마존드(Amazon’d)' 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 데이원 빌딩이 있는 시애틀 사옥 <사진/ 손재권 특파원>

 

아마존은 처음에는 아마존닷컴(Amazon.com)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상거래, 물류, 페이먼트(지급결제), 하드웨어, 클라우드, 미디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제는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로 규정하기 어렵게 됐다. 창업 20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아마존이 기업공개(IPO)를 한 1997년에 100달러를 투자, 20년간 보유했다면 올해 그 주식은 6만3900달러 가치를 지닌다. 도대체 아마존이란 무엇인가? 아마존은 어떻게 비즈니스 공식을 바꾸고 있나. 다섯 가지 특징을 찾아봤다.


첫 번째 : 물류회사

 


<인공지능 기반 매장 ‘아마존 고’ <사진/ 손재권 특파원>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성공한 핵심 비결은 '물류'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모든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는 이틀 안으로 무료 배송을 하고 있으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는 '프라임 나우'를 통해 2시간내 배송한다. 아마존이 물류 혁명을 일으키기 전까지 미국에서 '배송' 이란 주문 이후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하고 집 앞에서 물건이 사라지기도 일쑤였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2일 배송', '2시간 배송'을 만들어 낸 것은 혁명과 같은 일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미 전역에 180개에 달하는 물류창고, 59개 지역 패키징 센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미국 인구의 44% 정도가 아마존 물류창고 또는 배달 스테이션에서 20마일(약 32km) 이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은 ‘홀푸드’를 배송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미 전국에 431개의 유통 허브를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마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드래곤 보트'라는 프로젝트(인도, 중국에서  UPS와 페덱스를 거치지 않고 미국 전역의 고객에게 직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20개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운 업체에도 115억달러를 지출했다. 음영지역 배송을 위해 '드론 배송'을 시작했으며 물류 합리화를 위해 키바 시스템즈를 인수, 벌써 10만개의 로봇을 운영 중이다. UPS와 페덱스보다 큰 물류회사가 될 것이란 예측은 시간이 지나면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 클라우드 컴퓨팅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아마존 닷컴)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더 친숙하다. 지난 2006년 아마존닷컴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젝트가 현재 매년 50% 씩 성장하며 아마존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AWS는 현재 146 억 달러 규모로 커졌으며 전세게적으로 수백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 시장 점유율은 34%를 차지한다.

 

원래 클라우드 컴퓨팅은 파일을 가상의 공간에 저장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지 검색, 음성 인식 등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인프라스트럭쳐’로 바뀌었다. 아마존은 '쓴 만큼 낸다'는 원리를 컴퓨팅에 적용 성공시켰다. 실제 상당수 글로벌 스타트업은 아마존의 AWS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엔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비해야 했으나 아마존이 AWS를 출시한 이후 창업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세 번째 : 독특한 하드웨어 제조 및 미디어

 


아마존 시애틀 사옥에는 풀필먼트센터에 있는 로봇을 옮겨다 전시해 놨다. 직원들은 도심 한가운데 있더라도 미 전역에 있는 실제 창고를 잊지 말라는 의미다
<사진/ 손재권 특파원>

 

 

아마존은 하드웨어 제조사다. 하지만 애플, 삼성전자 등과 다른 독특한 길을 걷고 있다. 아마존의 하드웨어 사업은 전자책 '킨들'로 시작했다. 혁명적인 전자 종이 기술을 바탕으로, 종이책 못지 않은 경험을 제공한 킨들은 수백만 대가 팔렸다.

 

 



<아마존 알렉사 기반 스피커 ‘에코’>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 기반의 스피커 '에코'와 '에코닷'으로 21세기형 하드웨어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어 에코 룩, 에코 쇼 등의 기기로 화장 중이며 알렉사 기반의 안경(에코 글라스)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은 '에코' 시리즈로 음성인식 하드웨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파이어폰'의 실패를 이겨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파이어폰이 시장에서 참담하게 실패하자 이를 즉각 인정하고 개발 팀을 격려했다. 이 팀에서 절치부심 끝애 만들어낸 것이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 '에코'다.

 

에코의 성공으로 아마존은 하드웨어 제조 방향을 정하게 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엠비언트(Ambient)' 기술이 그것. TV, 냉장고 등은 가정 내 위치가 정해져 있고 스마트폰, 태블릿은 개인이 들고 다니지만 스피커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곳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2015년, 아마존에서 제작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더 씨>

 

아마존은 영화도 제작한다. 지난 2015년에는 '맨체스터 바이더 씨 (Manchester by the Sea)'로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콘텐츠 확보에 45억 달(약 5조 1183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미 ‘더 맨 인 더 하이 캐슬’, ‘알파하우스’, ‘트렌스페런트’ 등의 수준 높은 드라마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은 축구, 미식축구, 테니스 등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중계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아마존이 미디어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아마존=미디어' 공식을 쓰고 있다.

 

네 번째 : 인공지능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 알렉사>

 

인공지능 기반 음성 비서 '알렉사'는 아마존의 미래다. 구글을 넘을 키워드로 꼽히기도 한다. 때문에 아마존은 최근 개발자들이 알렉사 기반으로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TV 등의 기기들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개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방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했듯 아마존은 알렉사를 공개해 인공지능 분야를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음성 인식을 처리할 수 있는 기기에 알렉사의 모든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스트리밍 미디어, 경보, 시간설정, 알림, 날씨 등을 음성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 한국의 중소, 벤처기업들도 알렉사 기반의 음성인식 스피커를 개발할 수 있고 자신들이 개발한 기기에 알렉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아마존은 LG전자, 월풀 등 50개 업체에 한정해 알렉사 개발자 키트를 제공했으나 이를 일반 개발자들에게 공개하면서 아마존을 활용한 상업용 제품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알렉사는 지난 7월 기준으로 쇼핑 주문, 음악 재생, 날씨 문답 , 뉴스 재생, 우버 호출 등 현재 1만5000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아마존이 지난 2월 발표한 1만개 기능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구글의 구글 홈(378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뉴스 재생은 아마존 스킬 중 20%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이 알렉사를 공개한 것은 구글처럼 기기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대중화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의 70.6%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알렉사 개발자 도구 공개로 쇼핑, 스트리밍 미디어, 광고 시장 등에서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섯 번째 : 프라임 멤버십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이익'을 싫어한다. 회사는 이윤을 내야 하는데 싫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는 회사의 이윤이 나면 재투자하거나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 가격을 깎는데 써야 한다는 굳건한 철학을 갖고 있다. 시애틀 본사에 있는 직원 책상도 특수 제작한 것이 아니라 홈디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책상을 사용한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용 가구에도 이윤을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같이 베조스의 독특한 생각을 '플라이휠(대관람차)' 철학이라고 한다.

 

회사가 고객을 확보할 때까지 가격을 인하하고 판매를 늘리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 때까지 인하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올린다. 어느 정도 시장을 확보하면 가격을 다시 올리고 플라이휠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실제 1994년에 회사를 창업한 제프 베조스는 1997년 5월 상장한 이후에도 10년간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다. 매번 분기 실적발표에서 이익이 떨어지거나 적자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주가는 올라가는 역설을 만들어 냈다. 성장률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8월 전격적으로 실시한 한여름의 블랙 프라이데이 ‘프라임 데이 (Prime Day)’ 매출이 ‘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를 능가했다. 아마존은 "이는 아마존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쇼핑 이벤트"라고 선언했다. 엄청난 매출을 올렸음에도 회사는 이 이벤트에서 이익은 내지 못했다. 주문이 사상 최대로 몰린 만큼 배송도 사상 최대로 해야 했다. 사상 최대 트레픽을 처리하는 인프라 구축과 전미 2일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아마존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은 '프라임 맴버십' 때문이다. 연회비 99달러에 달하는 프라임 멤버십에는 미 전체 가구의 2/3에 해당하는 약 8500만명이 가입했다. 지난 2분기에 이 회사는 가입 서비스만으로 14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아마존이 드론배송, 아마존고와 같은 실험을 하는데 종잣돈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의 충성심은 숫자로 증명된다. 프라임 멤버는 아마존 닷컴에서 매년 1300 달러를 소비하는데 비멤버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프라임 멤버는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유료로 콘텐츠를 결제하기 시작한다. 프라임 멤버는 갈수록 빠져나가기 힘든 '플라이휠'에 갇혀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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