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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이야기] ‘제조업의 교과서’ GE의 넥스트 챕터

2017.11.01



제너럴일렉트릭(GE).

에디슨이 125년 전인 지난 1892년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제조업과 인프라스트럭쳐의 대명사이자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려 왔다.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로 시작한 GE는 다우존스가 1896년 주가 지수를 창설했을 때 12종목에 뽑힌 원년 멤버였다. 이 멤버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GE 1890년에는 철도를 전철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1941년에는 미국 최초의 제트 엔진을 제조했다.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때 신었던 부츠의 소재를 만들었을 정도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금융, 방송, 컴퓨터, 가전, 헬스케어, 에너지까지 많은 사업을 영위하는 재벌의 원형이기도 했다.

 

지난 1980~90년대에는 잭 웰치 CEO가 지휘하면서 '구조조정(워크아웃)'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미국 경제 부활을 이끌면서 2000년대 초에는 시가 총액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 1위 차지하는 사업만 남기고 모두 매각한다는 원칙, 그리고 한때 캐시카우로 그룹을 먹여 살렸던 GE캐피털의 포기(금융사업 철수), 부동산 대거 처분, 사회적 영향력을 상징했던 방송 등 미디어 산업 철수 등 세계에서 GE만큼 역사와 드라마를 가진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CEO 존 플래너리>

 

이 같은 GE 2018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아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

 

이 챕터는 '시련기'부터 시작한다. GE CEO가 지난 8월 전격 교체됐다. 올해 주가가 30%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제프 이멜트 회장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GE헬스케어 출신의 존 플래너리가 새 CEO로 임명됐다.

 

플래너리 CEO는 임명되자마자 비용 절감에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용기를 매각하고 임원들에게 차량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플로리다의 리조트에서 개최하던  GE 글로벌 리더 행사도 폐지했다. 취임 즉시 회사 전체 사업을 검토해 비용 절감 부문을 찾아내는 전략적 검토에 착수해 곧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천 명의 감원과 글로벌 사업 축소도 예고했다. 실제 중국 상하이, 독일 뮌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폐쇄했다. 1~2년 내 200억달러( 226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제 "좋은 시절은 갔다는 신호탄이다.



의 사티아 나델라 CEO GE의 존 플래너리 CEO 25 SF에서 열린

마인드+머신 컨퍼런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GE)

 

그렇다면 GE는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존 플래너리 CEO가 쓸 스토리의 단초를 25(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인드&머신 2017'에서 찾을 수 있었다. 존 플래너리 CEO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당장은 어려워도 제조업+데이터가 답이다"고 선언했다. 전임 회장이 잘못한 부분(방만한 경영)은 고치더라도 그가 남긴 '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두는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GE는 제프 이멜트 전 CEO 주도로 5년 전부터 풍력발전기, 항공기 엔진, 의료장비, 가로등 등중후장대장비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만드는 사업 GE 4차산업혁명 비즈(HW+SW+DATA)로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었다. 본사도 보스턴으로 이전하고 실리콘밸리 GE디지털 본사는 직원 2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성과가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데다가 최근엔 기존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주가 급락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그만큼 성과가 있느냐는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

 

존 플래너리는 공개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설하면서 "GE는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잘 한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전환' 사업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계(머신)를 그냥 만들어 내는 것은 성공하지 않는다. 전체 공급망과 파트너까지 고려하는 생태계 머신을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5년전에는 전문가들이 (GE)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이렇게 변신하려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인 기계에는 혁명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플레너리 연설에 이어 무대에 올라 대담을 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 "에디슨이 만든 회사가 지금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25 SF에서 열린 마인드+머신 컨퍼런스에서 한 참석자가 GE가 만든 항공기 엔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엔진에 센서가 달려 있어서 비행기가 상공을 비행할 때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다>

(사진/ 손재권 특파원)

 

존 플래너리가 이날 밝힌 GE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소위 '4차산업혁명' 이라고 부르는 신산업을 대하는 기업의 이상과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플래너리 CEO는 기조연설에서 '디지털'에 대한 의지와 실행간 격차에 대해 언급했다. 과거 디지털 격차는 '접근성'이었지만 지금은 '실행' 여부라는 것이다. GE 조사 결과 85% 회사가 디지털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오직 13%만이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CEO들의 59%는 자신들의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스킬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플래너리 CEO "디지털은 IT부서에서나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다. 전체가 디지털화해야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산업을 디지털화한다는 것은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는 완전히 디지털을 약속하고 있다. 더 빠르게 도달해야 한다. 왜냐면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파워를 주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 제조업과 소프트웨어의 완전히 결합하고, 장기적 시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벤트에서 GE는 제조+SW가 가져오는 성과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호주 항공사 콴타스는 항공연료 1%를 절감할 수 있었으며 세계 최대 항만 중 하나인 LA포트의 효율성은 8% 늘어났다. 독일의 코레일인 DB는 서비스 실패율을 25%나 줄였으며 BP도 글로벌 운영 효율성을 2~4% 끌어올렸다.

 

존 플래너리가 쓸 새로운 챕터는 이제 펜을 손에 잡은 단계다. 하지만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125년 전통의 GE 역사가 계속 이어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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