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기계)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이 같은 위협이 점차 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30년 안에 인간이 활동하는 영역의 52%를 AI(로봇)이 수행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 현재, 일상에서는 '로봇'의 일자리 대체 현상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로봇 청소기, 챗봇이나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폰 앱 외에는 로봇 기능을 일상에서 활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어렵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생산성 향상이 기업의 생존 경쟁력이 되면서 유통매장, 레스토랑 체인 등에서 로봇(자동화)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곳이라, 자동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동화 – 로봇이 물건을 옮기고, 피자를 만든다.
아마존의 자동화 성공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제는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의 대명사 월마트와 타깃이 '자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 자동화는 '디지털 전환' 이라는 트렌드가 아닌 생존방식이 되고 있다.

<월마트의 스캐너 로봇>
실제 월마트(Walmart)는 지난해 4700개 점포에 초당 8장의 지폐를 세고 분당 3000개의 동전을 셀 수 있는 현금 관리 자동화기계 '캐시360'을 도입했다. 캐시360은 디지털 방식으로 은행에 돈을 예치하거나 다음 날 현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미리 예측해 현금을 보유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매장 내 은행' 역할을 하는 셈이다. 캐시360 도입 이후, 월마트 직원들은 직접 현금을 세고 장부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월마트는 캐시360을 도입한 1년 동안 매장에서 약 7000건의 회계 업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월마트는 캐시360 도입 성공에 탄력을 받아 더욱 적극적으로 매장 '로봇화(자동화)'를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내년까지 많은 매장에서 재고가 부족한 제품을 검색하고 정확한 제품 위치로 직접 새 물건을 가져다 놓는 '스캔 로봇'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재고 물품 관리는 매장 직원의 일상 업무였는데, 이걸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또 물품을 싣고 내리는 자동 컨베이어벨트를 추가해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는 작업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꾼다고 한다.
최근엔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점포 '타깃(Target)'도 현금관리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8월 타깃 매장 500곳에 자동 현금 계산기를 도입한 이후 미국 내 매장 2000여곳에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통 물류 산업에서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햄버거 로봇>
식당, 커피 체인에서도 '로봇'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6월 27일 세계 최초로 햄버거를 조리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크리에이터란 회사가 만든 이 로봇은 길이 14피트(약 4.3미터)의 거대한 크기로, 20대의 컴퓨터와 350개의 센서, 50개의 액추에이터를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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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는 빵을 썰고, 고기와 토마토, 양상추 등의 재료를 얹고, 양념을 토핑하고, 조리하는 전 공정을 5분 만에 마무리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햄버거를 만든다. 사람은 직접 고객에게 햄버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가격은 6달러. 햄버거 로봇은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햄버거를 뜨거운 철판위에 올려놓고 굽거나, 토마토를 썰 수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는 로봇이 만드는 피자인 '줌 피자'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743㎡(220평) 크기 주방에서 로봇 5대가 피자를 24시간 만들어낸다. 로봇은 1시간에 피자 372판까지 만들 수 있다. 줌 피자는 36초만에 피자도우를 만드는 '도우 봇'도 만들었다. 피자 위에 토핑을 얹는 것 말고는 조리 중 인간이 끼어들 일은 없다.
이처럼 유통, 물류 및 식당 체인에서 로봇 도입이 활발한 것은 인건비 상승, 생산성 향상, 저마진 산업 구조 등의 영향이 크다. 실제 현금 관리 자동화를 시도한 타깃은 올해 초 시간당 임금을 12달러로 인상했다. 오는 2020년말까지느는 15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월마트도 3년 연속 임금을 인상했다.
로봇은 정말 인간을 대체하는 것일까?
인건비가 오르면 생산성도 좋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때문에 한번의 설비 투자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로봇'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월마트 등 많은 유통업체들은 단순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월마트와 타깃은 로봇 도입 이후 인력을 줄였을까? 유지했을까? 양사는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자동화 도입이 당장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타킷 측은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온라인 주문 관리와 같은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고 제품 관련 전문 지식을 개발하는 분야에 기존 직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월마트도 기존에 수작업으로 현금이나 동전을 관리하던 직원들을 온라인 주문을 집계하고 고객과 대화하는 데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자동화' 도입을 인력 감축으로 연결하지 않으며, 최대한 기존 인력을 신규 사업으로 '전환'하려 애쓰려는 흔적을 볼 수 있다.
결국 자동화는 인간의 일자리를 늘려줄 것
월마트와 타깃의 이 같은 말은 그저 '말'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일의 미래(The future of work)'에서 다렌 웨스트(Darrell West)는 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기술을 많이 사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경향도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로봇 자동화, 디지털 전환으로 불필요해진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로봇을 유지보수하는 인력은 새롭게 필요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이너리식 사고(흑백논리, 0 아니면 1이라는 사고 방식)처럼 '자동화=일자리 없앤다'란 공식으로는 그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웨스트는 타코 컴포트 솔루션 (Taco Comfort Solutions)의 사례를 들면서 지난 10년간 탁월한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으며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고 소개했다.

액센추어 리더인 폴 도허티가 쓴 '휴먼+기계(Human + Machine)' 란 책에서는 사람과 로봇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폴 도허티는 이 책에서 “기계는 세상을 점령하지 않을 것이며 직장에서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 자동화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조직)에게는 공허한 공포감을 주는 단어이겠지만 다수에게는 축복이 될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