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법정 공휴일, 현충일이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면 순국 선열을 기리기 위한 묵념을 알리는 사이렌이
1분간 전국적으로 울립니다. 사이렌이 울리고,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는 짧은 순간이 지금의 평화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기릴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6월은 현충일과 6.25 전쟁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이 중에서 현충일은 우리에게 우리나라를 수호해주신 순국선열을 기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날입니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 인사이드’에서는 ‘호국보훈의 달’과 현충일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호국보훈의 달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6월은 역사적으로 매우 큰 가치를 갖고 있는 중요한 달입니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한국전쟁과 2002년 6.29 연평해전이 발발하기도 한 달이죠. 호국보훈의 달은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했으며 이 달에는 정부에서 각종 호국보훈 행사를 주관하여 국민들에게 호국영령을 기리는 자세를 갖도록 독려합니다.
6월 6일인 현충일에는 조기를 게양하여야 합니다. 조기는 조의를 표하기 위해 다는 국기인데요. 깃면의 너비(세로)만큼 내려 달면 됩니다. 완전한
조기를 달 수 없는 경우에는 바닥 등에 닿지 않도록 최대한 내려 다는 방법이 있습니다.
순국선열을 기릴 수 있는 장소는 다양한데요. 아래에 소개해드리는
장소는 시간이 날 때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현충원
가장 대표적인 장소인 현충원은 서울과 대전, 두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현충원에는 경찰관묘역과 소방관묘역(이상 대전현충원 소재), 공무원묘역,
그리고 군인 묘역이 있습니다. 또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하는 6.25 및 베트남전 참전 군인을 안장하기 위해 국립호국원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현충원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며 산책길도 있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2. 전쟁기념관
용산에 위치해있으며 전쟁 역사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는 곳입니다. 평소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하며 나들이 가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의 전쟁에 관련된 역사를 모두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위한 곳으로 매우 적합합니다.
3.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은 6.25 한국전쟁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기록 등을 아이들이 몸소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6.25 전쟁에 희생된 참전용사를 기리는 이 공원은 당시의 참상을 알려주는 사진과 벽화가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현충일
1) 현충일은
왜 6월 6일일까?
현충일이 6월 6일로 지정된 이유는 6.25 전쟁과
겹친 달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24절기 상으로는 '망종'인데, 고려 현종 5년(1014) 6월에 거란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렇게 망종일에 제사를 지냈던 전통을 고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2) 현충일은
국경일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현충일이 공휴일이기는 하지만 국경일은 아닙니다. 국경일이란 말 그대로
국가의 경사를 기념하는 날을 뜻하는데, 이 날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대화할 때나 글을 남길 때 현충일을 ‘국경일’로 표현하는 실수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생활 속에서 이 오류는 꼭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3) 역대 현충일, 이런 적도 있다!
8~90년대에는
유흥업소들이 유일하게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 현충일이었다고 합니다. 1년 중 하루 이 날은 경건한 마음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호국보훈의 달 6월에 개최되었습니다. 보통 월드컵은
현충일이 지나서 시작되지만, 한일 월드컵은 장마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앞당기다 보니 현충일에 경기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현충일에는 예선 A조의 경기인
덴마크 vs 세네갈, 우루과이 vs 프랑스, 그리고 E조의
카메룬 vs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2015년에는 메르스(MERS)가 대대적으로 창궐한 해였습니다. 따라서 2015년 현충일에는 메르스의 전염을 의식하여 현충일 기념 행사들이 대대적으로 취소 또는 축소되었습니다.
호국보훈의 달 추천 영화
6월이 되면 여러 채널에서 한국 전쟁과 관련된 특선영화를
방영합니다. 6월 21일에 개봉 예정인 영화 ‘아일라’를 비롯해 기존에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몇 편을
함께 소개합니다.
1. 태극기 휘날리며(2004)
한국 영화 역사상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입니다. 한국
전쟁을 가장 잘 그려낸 명작으로 손꼽히며 스토리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전쟁 영화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한 순간에 전쟁의 화마에 휩쓸린 두 형제. 전쟁의 참혹함에 두려움을
떠는 동생과 달리 점점 잔인하게 변하는 형과 갈등을 빚게 되는데요. 하지만 형이 이토록 잔인하게 변하는
이유는 무공훈장을 받아 동생을 전역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동생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형제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2. 웰컴 투 동막골(2005)
기존의 전쟁영화와 같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보여주며 ‘전투’에 초점을 둔 여타 영화와 달리 <웰컴 투 동막골>은 전투보단 ‘정’에
초점을 두어 더욱 애잔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전투 중 이탈하게 된 국군이 동막골에 피신하며
인민군과 연합군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인 국군과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이라는 마을에 서서히 정을 갖게 되며 ‘적과의 동침’에서 친구가 되는, 하지만 결국엔 같이 있을 수 없는 비극을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3. 고지전(2011)
2011년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에 빛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실화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전쟁의 참상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섬뜩한 연출은 압권입니다. 휴전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1953년 2월, 단 하나의 고지, 단
한줌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혈투를 그린 이 영화는 후반부에 나오는 마지막 애록고지(AERO-K,
‘KOREA’ 스펠링을 거꾸로 읽어 이름을 땀)전투 씬에서 전율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인천상륙작전(2016)
<테이큰>의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입니다. 근현대 전쟁 역사에 있어서 불가능에 가까웠던
작전 중 하나인 ‘인천상륙작전’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단순히 인천상륙작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서 첩보활동을 하며 인천상륙작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캘로 부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풀어나갑니다. 인천으로 상륙할 수 있는 시간과 길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한 캘로 부대원들.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북한군 장교 간의 긴장감을 아주 잘 표현했습니다.
5. 아일라(2018)
6.25 전쟁으로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나라 중 하나인 터키에서 제작된 영화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 하사 슐레이만 딜빌리이와, 고아가 된 여자아이 아일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한국전쟁에서 슐레이만과 아일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60년 후 슐레이만이 아일라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요. 소중한 인연은 전쟁도, 시간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과연 그들은 60년이 지난 후에도 만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