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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이야기] 모라벡의 역설

2018.05.03



테슬라의 심장인 프레몬트 공장.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서 880번 고속도로를 타고 약 40마일( 74)을 달려가면 연면적 215000( 65000)에 외부가 하얀색인 테슬라 공장이 보인다.

공장 내부에 들어가면 전기차 모델S, 모델X, 모델3 등을 생산하는 거대 장비가 가득차 있다. 공장은 도저히 걸어다닐 수 없는 정도로 넓다. 놀이공원 코끼리열차와 같은 간이 열차를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 공장을 안내한 직원은테슬라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공장이라며 이 공장보다 더 큰 용지는 네덜란드 튤립 농장뿐이라고 소개했다.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에서 쿠카 로봇이 모델S를 제조하는 모습>

 

테슬라 생산 라인 곳곳에서는 '쿠카'라는 이름의 제조 로봇이 춤추듯 모델S와 모델X를 조립하고 있었다. 공장 내부에는 실제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있는데, 먼 곳에서 보면 자동차를 만드는 로봇이 아니라 춤추는 로봇으로 보인다.

테슬라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쿠카로봇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로봇 시스템'에 그가 평소에 좋아하던 자비에 교수 등 X맨 주인공들 이름을 붙여 놓았다. 직원들의 테슬라 공장 자부심의 원천은 일론 머스크에게서 나온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모델3 양산을 자신하면서 '로봇'을 믿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자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테슬라는 현재 모델3를 제때 생산하지 못해 갑자기 '파산 직전' 회사로 이미지가 뒤바뀌었다. 존 톰슨 빌라스캐피털매니지먼트 CEO "일론 머스크가 마술을 부리지 않는 한 테슬라가 4개월 내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생산능력을 의심하는 여론이 들끓고 회사채가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정확하게 말해서 나의 실수라며인간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했다. 로봇과 자동화에 대한 과도한 신뢰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우리는 미치도록 복잡한 네트워크를 컨베이어벨트에 깔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3 생산 병목 현상의 원인은 '자동화'이고, 자신이 기계를 너무 신뢰했다는 반성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이변명으로 들린다고 해도 과한 비판은 아닐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보통 신차를 내놓기 전에 생산 병목현상을 발견, 제거하고 내놓는데 테슬라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델3를 내놨다믿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 외부>

 

일론 머스크는 자동화 가능성을 믿었다. 그는 테슬라 제조 공장을, 기존 자동차 생산 공정의 관행을 뛰어넘는 로봇을 만드는 로봇처럼 만들고 싶어했다. , 공장이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당 5000, 1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머스크 CEO 2016 8월 세계 최대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 기공식에서 "이 공장은 로봇을 만드는 로봇"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 공장 자체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같다"고 말했다. CPU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계산과 연산을 하듯이 공장이 CPU처럼 알아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 비전을 기가팩토리에서 먼저 경험한 후 모델3 생산에 전면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로봇'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분석가 맥스 워버턴, 토니 사코나기는 일런 머스크 CEO '완전 자동화' 구상이 테슬라의 신속한 확장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프리몬트 공장에 설치된 자동화 과정이 너무 야심 차고 복잡해서 모델3를 빨리 생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완전 자동화'는 비용 대비 효과가 급감한다는 것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경험한 문제였다. 자동차의 프레스, 페인트 부문 등은 이미 사람 없는 공정을 구현하고 있지만 후공정 작업은 자동화가 쉽지 않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비용 대비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동화 과정을 제한하고 있으며 폭스바겐, 피아트 등도 실패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의 시행착오에서 인공지능 전문가 사이에서진리'로 통하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떠올릴 수 있다. ‘모라벡의 역설'은 미 카네기멜론대의 한스 모라벡이 발견한 것으로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걷기, 느끼기, 듣기, 보기 등 일상 행위는 쉽게 하지만 로봇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쉽게 이기는 로봇은 물건을 들고 1층에서 5층으로 옮기는 단순한 일은 하지 못한다. 천리안의 눈을 가지고 바닷가의 모래알과 조개를 식별, 구분해낼 수 있는 로봇이라고 해도, 어린 아이도 하는 모래사장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는 일은 하지 못한다. 기계는 보드 게임, 미분 계산, 바둑, 체스와 같은 추상적 인지 작업에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인간의 일상적 행동은 따라하지 못한다. 이것이 모라백의 역설이다.

일론 머스크가 모라벡의 역설을 모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동화의 한계를 무시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싱가포르 난양대에서 실험한 이케아 가구 조립하는 로봇>

 

최근 싱가포르 난양대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학습을 시켜 이케아 가구(의자)를 조립하도록 했는데 미리 프로그램을 했는데도 20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쌓이는 무궁무진한 데이터와 딥러닝의 결합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6년 알파고 쇼크는 인공지능의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 넘었다는 것을 널리 증명했다. 그러나 로봇(자동화) '데이터와 정보'의 세계에서 벗어나면 오류가 많고 인간을 따라갈 수가 없다.

지금 자동화(인공지능)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제조업'의 영역으로 가면 다르다. 컴퓨터 밖으로 빠져 나오면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기계의 완전 자동화, 인공지능 로봇을 꿈꿨다가 멈췄다. 그러나 그가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컴퓨터는 언젠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한 수십 년 후의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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