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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이야기] 경쟁하지 말고 시장을 창조하라

2018.04.05



실리콘밸리에서 피터 틸(Peter Thiel)만큼 '독자적' 위치에 서 있는 사람도 흔치 않다. 독보적이 아니라 '독자적'인 위치인 이유는 그의 철학과 삶이 모두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피터 틸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업, 성공리에 매각했으며 이어 페이스북에 초기 투자하고 팔란티어도 창업해 미국 5대 비상장 기업으로 키운 실리콘밸리 대표 앙트러프러너다. 팔란티어는 미국 CIA, NSA 등 정부 수요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로, 올해 기업가치가 약 20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연쇄창업자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는 그의 책 '제로 투 원'에서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엇비슷한 기업이 차별화 없이 경쟁하는 상황이야말로 이윤을 낼 수 없는 나쁜 상황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계속 혁신을 이끌어 내려면 시장을 독점해 초과이윤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와 같이 실행하고 있다.


 

<피터틸 페이팔 및 팔란티어 창업자(사진 가운데). 그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내용의제로투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독자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독점해라

피터 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난 2016년 공개 지지하고 심지어 공화당 지지연설까지 했을 때 리버럴한 문화가 익숙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그를 크게 비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그의 선택이 또 하나의 '독점' 이었음이 증명됐다. 심지어 그는 공개적으로 '게이'임을 천명했는데 실리콘밸리가 LGBT 문화를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자신이 게이라는 점을 드러낸 사업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분야도 '독점' 하고 있는 셈이다.

 

피터 틸이 주장하는 '독점'은 경쟁을 회피하거나 정부에서 독점적 사업권을 받아서 편하게 사업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이 만연한 시장 속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혁신하고 소비자들의 '독점적' 선택을 받는, 시장 기반의 '창조적 독점'을 뜻한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드는 일을, 피터 틸은 '제로 투 원(0에서 1이 되는 대전환)'이라고 말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은 경쟁자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시장을 독점하고 오랫동안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다. 구글이 얻는 초과이윤은 다시 구글이 혁신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기존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독자적' 위치를 점유하는 전략은 실리콘밸리내 사업가들에게 뿌리깊게 내려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는 시장을 개척하고 독점방식이 '기술'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다른 곳과 다를 것이다



<피티틸의제로 투 원과 김위찬 교수의블루오션 시프트는 과감하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 내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인데도 그의 '창조적 독점' 이론이 계속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해 한국에도 소개된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시프트' 전략과도 맥이 닿아 있다.

 

경쟁이 격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제로 투 원' '블루오션 전략'은 일맥상통한다. 하나 다른 점은 '블루오션 시프트'가 조금 더 '인간다움'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모든 인간은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변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두려움을 덜어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식으로 목표에 근접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최근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 테슬라 전기차 모델X 교통사고 등 무제한적 혁신 경쟁이 가져온 피로감이 쌓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적잖은 울림이 있다.

 

제로 투 원’, ‘블루오션 시프트를 실천하는 실리콘 밸리

실리콘 밸리에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블루오션 시프트를 통해 '제로 투 원'을 만드는 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바로 '푸드테크'. 실리콘밸리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 및 증강현실, 블록체인 등 미래 산업지도를 바꿀 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되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한 산업이 '푸드'.



<임파서블 버거>

 

실리콘밸리에서 '푸트테크'는 맛집 정보 제공, 음식 배달, 레스토랑 예약, 결제 등 기존 외식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푸드테크는 '맛있는 음식은 몸에 나쁘다. 그러나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는 통념을 깨고 건강하면서도 맛있고 빠른 음식을 추구한다. 기존 패스트푸드과 경쟁하지 않는 블루오션 분야이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고기 마니아에게 어필할 수 있는식물성 고기를 만들자

대표적 회사가 고기를 쓰지 않고도 고기 맛을 화학적으로 내서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임파서블 푸드 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브라운 스탠포드 교수는 “’자원을 고갈하지 않으면서도 고기를 생산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버거'라는 매우 보편적이자 이미 맥도널드, 버거킹, 인앤아웃버거 등 거대기업들이 즐비해서 레드오션이 된 '패스트 푸드' 시장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으로 고기 만들기(Making meat a better way)'라는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 시장을 개척했다.

 

임파서블 푸드의 타깃은 '버거'가 아니라 '고기'. 가축 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 돼지 등의 도축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인간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에 가깝다. 토양 오염, 물 부족,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가축 산업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파괴범 중 하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외면하는 건 '고기맛'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브라운 교수는 그래서인위적으로 고기를 만들되 맛은 기존 고기와 뒤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퍼서블 푸드의 인공 패티는 밀, 감자 전분, 코코넛 오일, 두부, 채소, 콩 등 순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서 만든다. 콜레스테롤 걱정이 없고, 가축을 키울 때 생길 수 있는 항생제 문제나 합성호르몬 걱정도 없다. 영양도 쇠고기보다 우수하다. 쇠고기 패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더 높고, 지방은 적으며 칼로리도 낮다. 모양도 실제 쇠고기와 흡사하다. 심지어 숯불에 구운 자국도 있다. 기존 버거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임파서블 푸드의 버거가 뒤지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브라운 CEO우리의 목표는 고기 마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멤피스 미트>

 

고기 세포를 추출해 복제하는 시도까지 등장

역시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도 세계 최초로 실험실 재배 미트볼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멤피스 미트는 고기 조각에서 동물 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복제한다. 이론적으로 고기의 한 작은 조각에서 무제한으로 복제 고기를 만들 수 있다. 임파서블 푸드와 같이 멤피스 미트도 기존 축산업과 윤리적 및 환경적 문제를 모두 피할 수 있다.

 

실험실 수준이라 아직 가격은 비싸다. 지난해 파운드당 18000달러였고, 올해는 24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후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가격은 더욱 더 떨어질 것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푸드테크 기업은인공 달걀로 만든 마요네즈(저스트 마요)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햄프턴크릭(Hampton creek)' △닭 없이 달걀 흰자를 만들어 파스타나 단백질 보충제를 만들 수 있는 '클라라 푸드(Clara Foods)' △포도 없이 고급 와인을 만드는 '아바 와이너리(Ava Winery)' △새우 없이 인공 새우를 만드는 '뉴웨이브 푸드(new wave foods)' 등이 있다.

 

이 같은 푸드 테크는 처음엔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을 얻었으나 지금은 점차 대체 음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추세다. “경쟁하지 말고 시장을 만들어라는 주문은 의식주 분야로 눈을 돌리고 비틀면 가장 크게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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